오늘은 4시간 연강.
학생들의 이름을 세 명 빼고 다 외운 날이기도 하다.

향학렬에 불타는 학생들이라 쉬는 시간에도 질문을 쏟아낸다.(이런 건 금기사항이라고 세번째 만났을 때 분명히 얘기했건만! 자기들도 웃으며 동의했으면서도 안 지킨다! 농담이 아니었는데...)

강의를 마치고 나니 체력장에서 800m 장거리 달리기를 했을 때처럼 입에서 단내가 나고 헛구역질이 난다.
다리는 이미 풀렸다.

끝내는 시간 5분을 초과했는데도 열심히 듣는 학생들이 고맙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게다가 오늘은 끝날 때 수고했다면서 박수까지 쳐 주는데 좀 감동했다.
흐뭇~  



보름 정도 강의를 하다보니, 처음에는 뻣뻣하던 학생들이 하나하나 마음 문을 여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 대면을 하면 대개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나이가 나와 엇비슷하거나 많은/많아 보이는 학생들이 꼿꼿하게 구는데, 점차 나와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보내는 등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내 편을 만들어가는 느낌.
이래서 연예인들이 '팬 여러분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둥의 얘길 하는구나 싶다.ㅋㅋㅋ
선생도 일종의 인기를 먹고 살아가는 직종이며 서비스업임이 분명하다. hen lei!


1. 이성범 선생님


"....(중략)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답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순리대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중략) 진실을 외면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습니다. 다시 힘을 내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현명하게 생각하고 용기있게 행동하기 바랍니다. 님의 앞길에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항상 멀리서 흠모하고 있는! 존경하는 이성범 선생님.

훌륭한 학자일 뿐만 아니라 자상하기까지하며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익명의 학생이 의뢰한 연애 상담까지 해 주심. 후훗-

나도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지. =)




2. 진로민과 이문군


1년 전에 한국에 왔던 로민과 문군이 교환 학생 생활을 마치고 내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내가 좋아하던 학생들.

점심을 함께 먹고,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친구들이 지내던 기숙사에 가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화투 문화'를 전수해 준 후 돌아왔다.(좀 제대로 배워둘걸.. 몇 장을 까는지, 몇 장을 가지고 하는건지 몰라서 마음대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눈물이 핑-

뭐든 첫정이 무서운가 보다.

잘 가~ 로민, 문군.TT






나는 어찌되었든 선생을 하고 먹고 살게 되어 있나보다. 과외부터 시작해서 국어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누구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일종의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선생이라는 책임감은 사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쉽게 가질 수 있는 '자기 일에 충실' 정도의 것이고, 서비스 정신이 얼마나 있느냐가 좋은 선생 여부의 관건인 듯하다.

특히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란, 그닥 이론적 배경이 탄탄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그들을 이해하고, 얼마나 애정을 갖느냐에 학습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내게, 마냥 퍼 주는 것을 요구하는 직종인 한국어 선생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일 수 있다.

오늘은 두 학기 속을 썩이던 학생이 오늘 도리어 내게 "선생님, 고급반이라 피곤하죠?"라면서 말을 건네고(크헉...알긴 아셔.), 우리반 무대뽀2는 음료수를 사 들고 와서 슬쩍 놔 준다. 뜬금없이 전화를 하더니 금요일 저녁 때 뭐하냐고 묻기도 한다. 내 뒷골을 사정없이 땡기게 하는  말썽꾸러기 학생 둘의 자잘한 행동들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 심장 한 복판이 나른해진다.(물론 다시 이들 때문에 극도의 피곤함과 속이 뒤집힐 수도 있겠지만...)

스물 둘, 많아봤자 스물 다섯. 낯선 나라에 와서 사람이 그리운 학생들에게 내가 먼저 이런 작은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했는데....

미안허이..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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