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7.월요일 맑음

양수리집 이삿날. 다행히도 날씨가 춥지 않았다.

올해는 새로운 것들이 우후죽순처럼 한꺼번에 시작되고 있다.
새해답게 변화도 찾아오고, 기대도 생기고 나쁘지 않다. 대신 좀 분주하긴 하지만.


다 지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난 양수리 우리집과의 첫 느낌이 그닥 좋지는 않았었다.
집이 주는 기운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좀 무거운 느낌.
천정에서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이 사람을 좀 누르는, 나보다 집의 기운이 더 세고 집이 주는 포근함 같은 게 좀 없었던 것 같다.
5년인가? 6년인가를 살면서 다행히도 엄마와 아빠, 하늘이의 온기가 그 집의 부정적인 느낌을 희석시키긴 했지만, 아빠가 몸이 안 좋아지면서 다시 이런 생각이 나기도 했었다.


물론 좋은 기억들도 많다. 제비들이 봄이면 날아왔다든가, 마당의 사과꽃나무!-아 이 예쁜, 벚꽃보다 더 단정하면서도 환한 이 꽃나무도 이제는 못 보겠구나, 몇 번 구워 먹지는 못했지만 페치카에서 구운 고구마, 아! 맞다! 여름, 가을에 2층 다락방에서 낮잠을 자면 바람이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고 집에서 나무 향이 풍겨서 정말 이게 천국이구나 싶었는데....그것도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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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이 지어지기 전까지 몇 개월간 임시로 살게 될 읍내 쪽의 작은 연립주택.
예전에 드라마에서 고소영과 고현정이 자매로 나온, 잘 살던 집이 망해 이사 간 집 정도의 크기였고, 구조도 딱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난 이 집이 주는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단박에!

이상도 하지. 이성적으로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따뜻함과 안정감 같은 게 느껴졌다.@@

엄마, 아빠는 신혼 때 당신들이 시작했던 집이 요만했다고 하면서 웃으시는데, 그런 추억을 가진 두 분이 좀 부럽기도 하더군. 두 사람이 젊은 시절 만나 30년 넘게 세월을 같이 보내고 나누고, 또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큰 것들을 이뤄가는 얘기들은 참 멋져 보인다. 물론 당사자들은 미치도록 힘들었던 때도 있었겠지만서도.


이 집을 보면서 꼭 서울에, 강남에, 또 기타등등의 조건이 따르는 곳에 집을 사려고 바둥거리며 살 필요가 없다는 내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집 앞에는 북한강이 흐르고 산책로도 나 있는 이런 곳에 작은 집을 하나 사서,
예쁘게 꾸며 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싶더라.
내가 집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이지, 뭣 때문인지......


꽃 피는 봄이 오면 북한강가의 꽃바람을 맞으며,
우리 하늘이 데리고 집 앞 산책로 따라 걸어다녀야지.=)
자전거도 타야지. 하하하하 신난다.^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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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할 것이 있어서 저녁 식사를 같이 못 하고 집으로 왔는데,
아직 TV도 안 달린 집에서 두 분이 뭐 하실꼬 생각하니 좀 그렇다.
서울 집에 도착해 보니, 내가 사는 집은 그 집에 비해 너무 넓더군....좀 죄송.
두 분 모두 금욜 저녁~일욜까지는 우리집에 와 계셔야 할 것 같다. 하늘이도 그곳에서 적응을 잘 못하면 우리집에 와 있어야 할 것 같고. 아파트에 오면 하늘이가 이젠 답답해 하고, 혹시 피부병이 날까봐 양수리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좀 불안하다. 집에서 하늘이 동태를 살필 수도 없거니와 사람들은 별로 안 다닌다지만 어쨌든 길거리에 이글루 집과 함께 나앉아 있는 꼴이니. 아무래도 데리고 와야 할까보다. 나랑 몇 개월 같이 살아보는 것도 하늘이에게 좋은 기억이 되지 않을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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