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

3월 한 달이 지나갔는데, 봄이 오고 있는데,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데도 우울하다.

 

사는 게 귀찮다. 열심히 살아내야 하는 게 귀찮다. 삶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고, 기대가 너무 많은 완벽주의자라서 완벽한 무엇을 생각하니까 아예 기대가 없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어제, 오늘은 생리통과 감기가 겹쳐서 이틀을 꼼짝 하지 않고 골골대며 집에 있었다. 먹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귀찮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타이레놀 두 알. 조금 낫다. 계속 누워서 잘 수밖에 없었다. 계속 미열이 난다.

교회에 안 갔다. 나 같은 유형은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번주도 지난주도, 지지난주도 예배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 이러면 곤란하다. 지금 밸런스가 마구 깨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아빠가 이런 상태일까 생각했다.약에만 의존하고 있는 아빠. 악순환을 겪고 있다. 옆에서 좋은 기운을 주는 게 필요한데, 난 전혀 못 하고 있고, 엄마도 지친 상태다. 내가 아빠를 닮았다면, 아빠도 지나치게 완벽주의자라서 아예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어떠한 계기가 있고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해 내긴 할텐데... 그 자극이 무엇인지 자신도 몰라서 헤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 말은 큰 동력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이고 단련시켜나갈 수 있는 각성의 계기가 자기를 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텐데. 그게 사랑일까, 아니면 글을 써야겠다는 욕구일까. 뭘까.

나라면? 나라면? 엄마가 원하는 것이라면 할 것 같다. 학문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그런 건 나를 일으키는 힘은 되지 못한다.

 

정말 힘들었을 때마다, 나를 붙들어 준 것은 엄마에 대한 생각이고 사랑이었던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나락으로 떨어질 때, 엄마를 생각한다.

오늘도 그랬다. 나를 위해 기도하고, 내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엄마를 생각했다.

일어나서 이를 닦고, 집을 청소하고, 내일 수업 준비를 했고, 약을 먹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불안하고 솔직히 자신도 없는데,

엄마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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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라는 게 문제의 원인일 수 있을 것 같다. 공부, 연구, 결혼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이유.

논문을 SCI급 논문에 올리거나 강의 평가상을 받거나 결혼생활을 잘,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증거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책을 내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사람들의 인정을 받거나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두 번째 문제는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인 것 같다. 올해가 계약 기간 3년째인데, 어떻게 쇼부를 내야한다는 초조감도 있을지도 모르고, 깔끔하게 올해 내에 끝냈으면 하는데, 그럴 만한 자신감은 없고 하니 답답한 것 같다. 그리고 5월 말부터 다가올 새로운 생활이, 신나고 기대가 되고 하기보다는 내 역할이 늘어나고 책임질 게 많아질 것도 같고, 다 잘 해내야 할 것 같고, 잘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책임감(?) 같은 게 나를 옥죄는 것 같기도 하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완벽주의적 성향을 좀 느슨하게 만들자면,

일단은 다 열심히 해야하고, 성실하고 꾸준해야 하며, 괜히 복잡하게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 행동해야 한다.

또 그러자면 체력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1. 필라테스 2회를 꾸준히 하고,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꼬박 먹고, 쉬는 시간에는 학교 내에서 걸을 것.

2. 짬짬이 연구하고 공부할 것. 매일 한 장 반씩 페이퍼를 쓸 것.

3. 매일 성경을 보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구할 것. 하나님과 대화를 게을리하지 말 것. 은밀히, 깊이 소통할 것.

4. 부모님과 W에게 친절히, 사랑으로 대할 것. 특히 고통받고 있는 아빠에게 잘 할 것. 긍정적인 사람들인 엄마와 W에게 내 짐을 옮기지 말 것. 함께 즐거워할 것.

 

 

 

 

 

 

 

2009. 1. 8. 목요일 맑지만 조금 추웠음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차를 수리하고 오전에 그림을 그리러 간 엄마 픽업.
전에 살던 집에 가서 우편물 온 것을 수거하고, 안경 2개를 모두 손 보고, 늦은 점심을 먹다.
나 마실 커피, 엄마가 좋아하는 초콜렛을 편의점에서 사 가방에 넣고는 지하철 탑승.
"고속터미널"로!


고속버스터미널은 꼭 엄마와 가야 신나고 재밌는 곳이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트리나 장식을 샀었고,
싸고 예쁜 꽃들도 많아 구경하기도 재밌고,
예쁜 장식품이 많은 곳.(엄마는 오늘도 그 오리 한 쌍을 사고 싶어했다. 난 예전에 목각으로 된 기린이 사고 싶었는데...)


더 옛날로 돌아가면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 이모할머니가 고속터미널 근처 주공 3단지엔가 사실 때,
그 아파트에 차를 두고 고속터미널로 걸어서 엄마랑 갔던 기억.
그때 난 겨우 아홉 살이었는데, 걸어가는 길이 꽤 멀다고 느꼈었다.

큰 쿠션도 샀었고, 옷도 샀었고, 꽃도 샀었고, 2층에 올라가면 커튼 가게가 주욱 있던...
가끔은 뉴코아에 들려 맛있는 것도 먹었던 재미난 곳.


이젠 주변에 워낙 옷가게나 소품을 싸게 파는 곳이 많아져서 굳이 그 곳에 안 가도 될 듯도 하나,
신나는 기억이 많은 그곳에서, 엄마와의 쇼핑은 여전히 재밌더구만.
오늘도 모녀는 싼 가격에 꽤 괜찮은 쿠션과 방석,
새 집에 달 커튼과 브라인드,
4000원을 깎아서 산  체크 플레어 스커트를 사서 집으로 들고왔다지.




***엄마가 탐내던 오리 두 마리랑 38000원을 불렀지만 3만원으로 깎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가디건은 진짜 살 걸 그랬다........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오리와 가디건. 홍야홍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



양수리 집에 갔다가 엄마 사진이 좋아서 가지고 왔다.

좀 흔들려서 아쉽긴 한데,

햇빛이 유화부인을 따라가듯 엄마가 앉아 있는 곳에만 샥 드리운 게 좋다.^^


엄마랑 아빠, 뉴욕 메트로폴리탄에도 가고 프랑스 오르세에도 가셔야 할텐데.

정말 좋아하실텐데.

쩝...언제 돈 벌어서 보내 드리나.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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