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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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한 편을 아빠가 공들여 작업하시는 '서종사랑 제7호' 첫 페이지에서 보았다.

어떤 이가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자, 가장 나를 외롭게 한 사람이라는 건,
꼭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부재 따위의 비극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알싸한 감정.



그나 저나 올해 가을은 참 아름답다.
창경궁의 단풍도, 우리집 앞 공원의 단풍도, 교정 내의 단풍도.
요즘 단풍은 정말 최고!


얘들이 가기 전에 꼭 사진에 담아 놔야겠어.
주말엔 하늘이랑 수입초등학교 놀러 가서, 낙엽 떨어진 곳으로 막 뛰어다녀야지!^____^

예쁜 날씨.
오랜만이다.



결국 공부하러 노트북까지 싸 들고 나갔다가 청량리로 갔다. 푸핫-
대학교 2학년 때 한 번, 대학원 입학하기 전에 한 번, 이번이 세 번째 땡땡이군.=)



오후 5시가 넘어갈 때, 가을 하늘은 맑은 수채화 같았다.
부드러운 햇살에 비추인 산, 강물, 나뭇잎, 사람들까지도 예뻐 보이고 착해 보인다.
자리를 안 바꿔 주던 심통 할아버지까지도 이 순간, 순해지지 않았을까.





무엇에 그리 쫓겨왔던 것인지 모르겠다.
무엇을 그리 보상 받고 싶어서, 눈 앞의 것들을 헤치우기에만 급급했을까.
왜 지나간 시간들에 그렇게 얽매여 그 속에서 진창거리며 한 해를 보낸 걸까.
이젠 그만 할 때가 되었다.





상대방이 내 짐을 무겁게 여길까 하여, 말을 아끼게 된다.
쏟아 붓는 식의 말은, 일방적인 '토로'일 뿐 '대화'는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드문드문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일들은 '강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과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순간 마음에 위로가 된다.




서른 둘.
두 사람 모두 좀더 튼튼해지고 여유로워지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주역에 내려 사실 좀 황당했다. 시골이 아니라 완전 도시 아니야.@@ 원주역 주변은 좀 무서웠다. 사람도 거의 없었고, 가까운 곳엔 뻘건 불빛에 나가요 언니들이 있는 골목도 있어서 으아아- 완전 쫄았다.





*그러나 저러나 난 왜 이렇게 겁이 많은 걸까. 벌레나 놀이 기구 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서운데 말이지.
  낯선 길과 낯선 사람들은 정말 무섭다.-_-  이래서 어디 산티아고 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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