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시금치된장국을 처음 끓여봤다.
콩나물 500원어치, 시금치 한 단에 천 원, 국거리용 소고기 조금, 바지락 한 봉지, 고추 1개, 다진 마늘, 된장.
한 끼 식사 할 돈으로 몇 끼니는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이 결과물로 나왔다.

시금치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뼈대있는 풀이었다.
금방 흐물거릴 줄 알았는데......

여튼 이 풀들이 과연 국이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그럴싸하게 완성이 되었다.
역시 고기와 바지락이 같이 들어가야 우리집표 국 맛이 난다.


6:30부터 국 하나 끓이는 걸 시작해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하니 7:55.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리는군.

국 하나 끓이고, 있던 밥 데우고, 굴 한 봉지 꺼내 씻어서 초고추장과 간장+식초+참기름 준비.
김치 있는 것 내 놓고.

이렇게 간단한 상차림인데도 생각보다 다리도 아프고 좀 피곤하다.--;
만약 돈까스까지 튀기고, 남은 시금치 반 단으로 시금치 무침을 시도해 봤다거나 남은 콩나물로 콩나물밥을 시도했었더라면 정말 힘들뻔 했다.



흠...그런데 '국'이란 게 참 괜찮다.
그 속엔 '육'-소고기와 풀들, '해'-바지락, '공'-채소를 길러낸 햇빛과 바람과 공기!-이 다함께 어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에, 끓고 있는 된장국을 보면서 굉장히 흐뭇했다.


된장이란 애도 마음에 든다.
이미 간까지 다 되어 있으니 하나만 있으면 땡이고...
참으로 편리한 아이템이다.



첫 시도였는데 엄마가 한 것과 비슷한 맛이 나왔다는 게 대견하고,음화하하하~ 물론, 건더기와 국이 좀 따로 노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국물 간은 딱 맞는데.... 왜 그러지??)
이젠 나도 부모님께 뭣 좀 해 드려야겠단 생각도 들고,(엄마는 근 30년은 끼니를 만들었으니 얼마나 지겹겠나...)
논문 쓰면서 지겨울 때, 장을 봐서 가끔 뭔가 만들어 먹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약간은 도움이 되겠구나 싶다.
또 한 가지 발견한 좋은 점은, 음식을 직접 만들면 평소보다 훨씬 적은 양을 먹고도 배가 부르다는 거다. 계속 간을 보면서 옆에 붙어 있었더니 식욕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10시될 때까지 다시 논문쓰기.
10시엔 혜교를 만날 시간~^_^


*시금치된장국 끓일 때 주의점: 기억할 것! 시금치를 먼저 살짝 데친 후, 된장을 푼 물에 넣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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