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관계로 블로그는 12월까지 잠시 폐쇄하렵니다.


이렇게 사방팔방 올해 안에 끝내겠다고 공표를 해 놔야
쪽 팔려서라도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싶네요.

논문을 쓴 선배들은 무엇보다 질이 중요하다면서, 한 학기 늘려도 졸업 연도가 어차피 2010년으로 같으니 좀더 푹 썩고 고생하라고 저를 유혹하기도 합니다. 아후..솔직히 저는 논문의 질도 그렇지만, 지금 요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서 그냥 다음 학기로 미루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합니다만, 아후.....무엇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어떻게든 끝내고 싶습니다.


초딩 2학년때든가 6,000원인가 하는 '눈물 인형'이 너무 가지고 싶었어요.
물 넣은 주사를 인형의 엉덩이에 놓으면 인형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나는, 우리 동네에서는 '빅 히트 상품'이었죠.=)
그때 처음으로 엄마한테 나 '올백(캬아..이 정겨운 단어!)' 맞으면 저거 사 달라고 거래를 해 봤습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여 결국 2학년 2학기 시험에서 올백을 맞았습니다! 캬캬캬~


시험지를 받아 온 날 저녁에, 엄마 손을 당당히 잡고 그 인형을 사러 가던 골목길.
서부의 무법자가 등장할 때처럼 노을이 지던 하늘빛.
그 가게에 당당하게 입성하여 제일 위칸에 있는 인형을 '엄마, 저거야!'라고 가리키던 순간.
인형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참으로 그 순간은 제 인생 최고의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흠...만약 지금의 저에게 누군가가 너 이 논문 끝내면 상 줄게, 뭐뭐뭐뭐 줄게라고 한다면,
과연 저때처럼 열심히 할 수 있을까요? 그때만큼 간절히 원하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있다하더라도 누군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니, 아마 어릴 때처럼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선배들은 논문을 쓰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세상이 달라져.'라고 위안을 해 주긴 하더군요.
단, 단서는 붙더라고요.
'근데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달라져'라고요. 대신 우리의 뇌와 신체와 얼굴은 팍삭 늙어 버린다는 말도 해 주더군요.


하긴, 저는 벌써 퍼석퍼석 늙어가고 있습니다.
이 퍼석한 신체와 마음에 윤활류가 필요한데, 그게 '눈물 인형' 같은 것이라면 참 좋을 텐데... 더이상 그런 건 없을 듯하니 좀 슬픕니다.


어찌되었든, 연말까지는 일단 소원은 아니지만서도 꼭 해야되는 일인
논문을 완성해서 졸업을 해 보렵니다.

무사히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12월 24일엔 정말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안녕~ 크리스마스 때 봐요. ^^/


2009년 10월 3일, 추석에
postever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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