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3/백발소년과 열아홉소녀/ jtbc 방송http://home.jtbc.co.kr/Vod/VodView.aspx?epis_id=EP10013124.

73세.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

두 사람의 얼굴이 맑다.

 

아내가 암에 걸리자 자기도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할아버지.

10년 꼬박 아내가 암 투병을 할 때, 노트에 매일 먹은 음식을 기록하고, 식후 30분이라는 약 먹는 시간까지 노트를 세 칸으로 나누어 기록하며 먹게 한 할아버지.

두꺼운 노트를 꺼내들며, 후에 약을 한 번만 먹게 되어 노트에 한 칸만 썼어도 되었다는 얘길 하며 정말 환하게 웃는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암을 이겨내고  서로를 사랑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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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해 생각한다.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까.

네.

 

결혼식 주례의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네'라고 답한다.

이 약속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고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혹, 그들이 모두 깊은 생각 끝에 내린 결단이라면, '인간은 매우 이타적이다.'라는 명제를 새롭게 도덕책에 써 내려갈 수 있을텐데. 이건 그야말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로 새로운 발견!일 거다.

인간 종족 자체가 이렇게 이타적이었단 말인가.

 

아님 사랑이라는 이름의 페로몬이 발생될 때, 인간 종족은 그/그녀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나누고 함께 하고, 그/그녀를 위해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정점에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어, 결혼식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있게, 저 질문에 '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기꺼이!'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위의 세대는 뭐, 그닥 결혼생활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말할 건덕지도 별로 없고, 또 그들 세대는 내가 잘 모르니까 건너뛴다 치고. 주변의 친구들은 말한다.

 

 

애를 보고 산다는 커플이 상당수. 

이혼하고 싶다는 커플도 몇 있고,

기름에 물이 겉돌 듯 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 뭐가 문제냐고 하는 커플도 있다.

서로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 만나 역꾸역 살아가는 모습도 보인다.(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간혹 어느 한 쪽의 심성이 매우 고와서, 한 쪽은 만족도가 높으나 한 쪽은 힘들어하는 커플도 보인다.

물론 서른 커플 중 하나 정도는, 진정 쿵짝이 잘 맞고 좋아보이는 기대주가 보이기도 한다.

간혹 있는 일이다보니 저렇게 73세까지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부가 TV에 특집으로 나오는 것이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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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외롭다.

둘이 있으면? 잘못 상대를 고른 경우는 철저하게 더 외롭다. 고아처럼. 익히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는 고아 같았던 그때.

둘이 있다가 혼자가 되면? 그 사람을 사랑했든 미워했든 기분 자체가 나쁜 것은 매 한 가지다. 하지만 동시에 홀가분한, 시원하다~혹은 드디어 나다움을 찾을 수 있고,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안정감도 생긴다.

 

누군가와 맞춰나간다는 것.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는 것.

결혼은 이러한 두 개의 임무를 완수해야만 하는,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되도록 굳게 약속하는 행위의 정점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남녀가 짝이 되게 하고 결혼하게 하도록 했다면,

글쎄.....인간을 창조해 놓았더니, 그들이 하도 갖잖아서, 인간 종족 자체를 그나마 동물적으로, 이기적으로 살지 않게 제도로 다스리기 위해 결혼하도록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어제 전경린 장편소설을 50쪽가량 읽었다.

오랜만에 거침없이 명쾌하게 달려가는 문장들을 보니 머리가 맑아진다. 이 사람의 문장력이 부럽다. 그리고 일상을 꿰뚫는 통찰력이 문장으로 펄떡펄떡 표현되어 있는 걸 보면서 가슴이 마구 뛰었다. 시끄럽기만 한, 감정 과잉의 꿱꿱거리는 김민종의 저질 노래에도 글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전경린 씨에게 결혼에 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전경린 씨의 글을 오랜만에 읽었다.

글의 내용보다도 잊고 있었던 이 사람을 만났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이 마흔이던가? 모든 것을 접고 서울로 상경. 소설가로 등단한 사람.
자기 주관대로 당차게, 소신 있고 신나게 걸어가는 사람.











2005년과 2006년을 겪은 이후로,
세상 무서운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난 '귀 얇은 인간'이 된 것 같다.

 



얼마나 바보 같은가.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고, 그 원칙을 모든 일에 적용시키다니.
'개인적인 일'과 '인간사 보편적인 일'도 구분하지 못하고.



멍청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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