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새 집이 생기고, 24일 하늘이가 우리집을 떠나는 등 들고남이 있어서인지 최근엔 정신이 들쑤신 것마냥 어벙벙하다. 근 7개월 간 엄마+하늘이+나 3인이 아니라 3개체의 공동 체제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다시 변화가 찾아와서 그런가?

9월 개강, 연구실에 온 새로운 사람들, 새로 시작된 대학원 수업도 한 몫 했을 것이고.
새로운 계절인 가을 기운, 여름 옷과 가을 옷의 뒤바뀜, 옷장 정리 등 어찌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인데 난 이렇게 유난을 떨며 예민하게 굴고 있다.

집에 들어섰을 때의 정적, 가끔 들리는 고주파 소리, 이제는 없어진 하늘이 냄새.
연구실과 집으로 나누어져 있는 책과 논문들, 그래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내 책상 위.
뒤죽박죽 놓여 있는 책상 옆의 가방들.
옷장 속의 정신없게 섞여 있는 여름과 가을 옷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컴퓨터 안의 파일들.
학교에서 만나는 새로운 학생들,
두 번째 학기에 접어들면서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선생님들.
아직도 자리잡지 못한 연구 습관,
아직 결과가 안 잡히는 프로젝트와 회의.

얼마 전에는 분명 굉장히 안정감이 있고 풍요로운 가을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
불안정한 요소들이 들이닥치는 듯하고, 불안감 같은 것이 밀려오게 된 이유는 뭐지? 


나를 든든하게 붙잡아주던 것이 다 없어져서인가?
하나님과의 끈이 약해져서?
감기 때문에 몸이 약해져서?
연구가 진행이 안 되고 있는데 9월 말이 떡하니 되어서?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서?

엎치락뒤치락하지 않고, 혼자서 땅에 발을 붙이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
좀 덤덤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뭔가?

일단 내일 집을 정리정돈해야 할 것 같다.
(아..근데 내일은 수업 준비를 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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