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한 지 3달이 조금 넘어간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산 지는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여전히 이 나라에 정이 안 가고, 왜 이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주에는 집에 쥐가 나타났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부엌에 놓여 있던 바나나 송이가 파져 있고, 그 아래로 이상한 물체가 보였는데, 쥐똥이었다. 검색을 해 보니 쥐는 뭐를 먹자마자 배설을 한다고......

기가 막혔다. 2020년에, 집 안에, 부엌에 쥐라니. 소름이 끼쳤다.

보름여 전부터 천장에서 뭐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쥐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관리소에 pest control 신청을 했고, 부엌을 다 뒤져봤지만 구멍이 없다면서 찍찍이를 두고 갔다. 쥐가 우리가 자는 동안 이 집안을 돌아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남편은 쥐가 나올까봐 식탁으로 공부자리를 옮겨 잠을 안 자고 6일간 보초를 섰다. 쥐는 새벽 서너 시가 되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데, 남편은 여러 가지 소리를 내면서 필사적으로 막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 집에 격리되어 박사논문을 쓰면서 쥐를 보초 서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 이런 블랙코미디가 있나 싶어 웃기기도 하다.

딸과 내가 아침에 일어나 나오면 남편은 들어가서 자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은 내가 아침으로 소시지를 굽고 있는데, 쥐가 불쑥 튀어나왔다. 나는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에 쥐도 부엌의 반대쪽으로 도망쳤다. 그후로 나는 부엌에 도저히 들어갈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재이를 먹여야만 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식탁으로 재료들을 가져와 조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면 어디선가 또 쥐가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요리를 했다. 그리고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닦았고, 우리는 집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있을 쥐를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졌다. 혹시나 쥐의 나쁜 것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면 어쩔지 걱정도 되었다. 이 집을 떠나고만 싶었다. 아-지긋지긋한 휴스턴,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쥐 사건'은 남편이 5일째 밤샘 보초를 서던 중, 빼꼼 얼굴을 내밀고 밖을 보던 쥐와 남편이 눈을 마주쳤고, 상상도 못한 곳에서 쥐 구멍을 발견하면서 종결되었다. 그곳을 테이프와 책으로 막아두었는데, 그 이후로 오늘까지 3일째 쥐는 나오지도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곳을 떠난 듯하다. 우리의 승리다. 처절한 승리. 게다가 지금도 쥐 구멍을 굳건히 막고 있는 책은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의 정년퇴임집이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아직도 카펫 방역 청소와 우리가 임시로 막아놓은 구멍을 관리소에서 와서 제대로 막고, 저 안을 조사해 보는 일이 남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쥐를 볼 일은 없어졌으니 일상으로 돌아온 셈이긴 하다. 쥐 소동이 있던 주, 재이는 네 살 생일을 맞았고, 올해가 쥐띠 해라서 우리집에 쥐가 찾아온 거 아닌가? 하는 나름의 해석을 하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남편은 쥐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세 식구 중 나만 마구 흔들리며 지내는 것 같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미국에 와서부터 죽 그래온 것 같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여기저기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런 와중에서도 좋은 것들을 찾아보는 것. 한 치 앞날을 예측할 수 없지만 매일매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쥐와 코로나가 내게 남겨주고 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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