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 내 생일, 새벽에 태풍


모교에서의 수업은 우리집에 온 것마냥 편안했다.

내가 공부했던 비슷한 과목을,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비슷한 장소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고,
난 이제 가르치는 자리에 서 있고.

그때, E선생님은사회에 대해 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던 1학년이던 내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셨었는데......
 
이런 감동과 회상 같은 것이 뒤엉키면서,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 자체도 조금 차이가 생겼던 것 같다.

좀 과장하자면 내 혈육을 대하는 것 같은?

이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갔을 때,
좀더 튼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학교 밖에서 겪은 것들을 토대로, '우리만'의 무기,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는 OO이므로,
그런 경쟁력을 키우자는, 계도적인 말도 자꾸 하고 싶고.ㅎ


이미 다른 학교에서 150분 수업을 하고, 15분 텀을 두고 바로 레이서처럼 튀어간 학교에서,
40명의 학생들을 보자마자 그런 절절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똘똘한 아이에겐 온기를,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겐 당찬 기운을, 완고한 아이에겐 유연함을
공부가 부족한 아이에겐 지식을.......
하여튼 내가 아는 것들을 몽땅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였다.
(그러기엔 16주가 너무 짧다.)


샘솟는 자매애? 아니면 동지애? 아니면 까마득한 후배를 위하는 마음?

재밌는 감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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