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정말 얼결에 소논문 심사를 맡게 되었다.

심사 당하는 위치에 있다가 이젠 심사를 하게 되는 위치에 서게 되다니,
잠시 흥분되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잠시 잠깐이었고, 논문을 받아든 순간 정말 골이 뽀개질 것 같다.
이런 것도 논문인가.


-익명으로 왔지만 결국 누가 썼는지 알아버렸는데,
-허걱, 이렇게도 논문을 쓰는군, 그것도 굉장히 잘난 척을 하면서......
-이 사람은 논문을 왜 쓰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되게 머리가 나쁘다.
-무식하면 용감한가?
-근데 엉덩이 무겁게 이것저것 많이 들춰 보고 읽어보면서 옮겨 놓기는 많이 했군.
-나이도 있던데 논문의 기본 형식도 모른다. 논문이 무슨 수필인가? 헛..참.


......
마음은 이렇지만, 감정은 다 배제하고 완곡하게 심사평을 써야겠지.




여하튼 이런 걸 세상에 퍼블리시하려고 내 놓는 용기가 참 대단하고 뻔뻔하다.
게다가 보수적인 학회에서 발표도 이미 했던 걸.......@@
(좀 겁내고 있는 학회였는데, 그 학회에서 이런 내용으로도 발표를 하다니, 그 학회도 별 거 아니구만!)





언젠가 브라운박사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일종의 '뻔뻔함'과 '자만'에 있다와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정말 그런가보다.
우리 선배들 같았으면 도저히 이런 논문으론 어디에 명함도 못 내밀었을 텐데,
자신만만한 어조로 이것저것 늘여 놓은 이 사람의 글을 보면서
거 참,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게 도대체 뭘지 궁금했다.
성별인가? 나이인가? 도대체 뭘까?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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