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3:35 , 스폰지.

엄마가 보고 와서 하도 재미나게 얘기를 하는 바람에 오늘 한낮에 할 일들을 휙 덮어두고 극장에 갔다.(이 시간에 직장에서 영화 보겠다고 뛰쳐 나올 수 있으니, 이런 직장이 어디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뛰쳐 나왔다. 같이 가 준 지욱이에게도 고마웠다.)


<<かもめ食堂>> 카모메 식당.

2006년, 102M, Color

감독 : 오기나미 나오코(
荻上直子)
각본 :
오기나미 나오코(荻上直子)
음악 : 콘도 타츠오(近藤達郎)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小林聡美)
        카타기리 하이리(
片桐はいり)
        모타이 마사코(
もたいまさこ)

원작 : 로키 루오카라(群 ようこ )의 [かもめ食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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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부턴 요리를 좀 하면서 살아야겠어.(주말에 하나씩이라도!)
슬픔과 걱정이 '배 고프다, 뭐 좀 해 먹을까.'하는 소리와 더불어 희석되는 걸 보면...
무엇보다 더 씩씩해질 수 있고,
(지난주 토요일, 집 안에서 점심, 저녁, 아침을 계속 피자를 먹고 있자니 정말 그지같았다.)


이 영화에서 따뜻한 의사소통법을 보았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말을 많이 하는 건 진심으로 그 사람 자체를 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어색함과 거짓을 감추기 위해 괜한 말들을 시끄럽게 내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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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부럽군요
아뇨,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뿐이죠"

"물론이죠
세상 어딜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잖아요"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특별히 죽겠다고 깨갱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 사람의 단단하면서도 열린, 유연한 자세가 부럽다.
저런 안정감에서 어떤 사람이든 편하게 대할 수 있고,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나오는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의 내 모습은 참 부끄럽다.




나이 드는 건 슬픈 일이다.
청춘들이 나오는 영화는 대개 완전히 삐뚤어지거나 완전히 소외당하거나 완전히 사랑해 미치거나 미워 죽거나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다 내뿜기에 바쁘다. 그만큼 꺼내기가 쉬워서일 듯. 단순하니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저마다 가슴 속에 큰 짐들을 안고 그것을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과 기억 속에는 이미 시간이 지나쳐 버려 어떻게 되돌리지 못하고 그저 쌓아 두어야만 하는 것들이 쌓인다.

그리고 타인1은 타인2에게 그것을 들춰 내라고 함부로 묻지 않는다.
간혹 함부로 묻는 사람에게는 '유머'라는 방어 기제를 사용하여 얼렁뚱땅 조크랍시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쩌면 함부로 질문을 한 타인1일지라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듣고 싶지 않다면서 금세 후회할 수도 있다. 도리어 '유머'로써 넘기는 타인2에게 감사할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타인2의 무거운 이야기들을 같이 지고 가길 원하겠는가. 그러기란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하고 싶냐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대답은,
난 내일 죽는다면 보고싶은 사람을 수소문하여 찾은 다음, 나의 마음을 전부 털어놓겠다는 거였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겠어, 논문을 쓰겠어. 뭐 이런 생각은 하나도 안 드는 거 보니, 내 인생에서 그닥 논문이나 국어학은 중요한 게 아닌가 보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사는 것에 미련은 없으니 내일 죽는다해도 그닥 두려운 건 없다. 천국 가서 살면 얼마나 편하겠어.(갈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 그러나 적어도 지옥은 안 갈 거라 확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박사학위를 받는 것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배우고 있는 중국어 통달? 뭐 이런 것에 미련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니..
한 가지 미련이 남는 게 있긴 하군. 두 사람이 서로 위해 주고 아껴 주고 존중해 주는,  그런 "참된 사랑" 한번 못 해 보고 죽다니! 이건 매우 비참하군.
 


anyway, 극장을 나오는데 어찌나 힘이 나던지.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듯. 삶에 대한 충만감이 35% 차 올랐다.



월요일 오후 7:00 연대 음대

지욱이와 간단한 술 한잔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가,
합창 연습이 오늘부터라는 문자를 받음.

조형민 지휘자 선생님과 음대 졸업생 몇 명, EC 졸업생 몇 명이 모여 첫 합창 연습을 함.

4성부로 나누어져 있는 음표의 주고 받음에 따라,
화음을 따라가며 직접 노래하고 있다는 기쁨이란!!!

호흡과 소리로,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희열은
합창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마음으로 노래하는 것!
노래할 때엔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2시간을 노래와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아..행복하다!!!!!!!!!



모든 것들이 긍정적,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공허함, 목표 설정 없음 따위들은 일순간에 없어졌다.
내 마음은 충만함 100%로 채워졌음.
어찌나 좋은지 지하철 계단에서 집으로 오는데 막 뛰어 왔다.

평소엔 우리 하늘이가 정말 부러웠는데......-,-
집에 오면서 내가 우리 하늘이로 태어나지 않고 음악을 즐기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내 마음 온전히 둘 곳을 찾았으니,
괜히 헛헛해서 시무룩하지 않고 이젠 "일"도 차분히 잘 할 수 있겠구나.
약발아, 오래 가라. 제발.




*예술가들은 행복할 것 같다.
음악은 정말 인간에게 삶의 충만감을 흠뻑 던져 준다.
아름다운 멜로디, 탱고 리듬.
음악이 들릴 때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과 마음의 움직임.
느끼고 있는대로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
추상의 것을 목소리건 악기 소리이건 간에 실체로 만들어 내는 짜릿함.
우어어어!

*대비되는 나의 논문 작업.-.-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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