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 본 중국.

중국의 모습을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아주 조금 맛보고 왔다.

중국은 2000년대와 1960년대가 뒤섞여 있는, 여러 시대가 동시에 얽혀 있는 곳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서로 이가 안 맞으면서 어지럽게 마구 섞여 있는 나라.


청도 시내의 일부분은 시원하게 넓고 깨끗해서 광화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실은 겉 모습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게 대부분이고,
호텔이나 식당들도 겉으로 훑어 보면 있을 것은 다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날림이거나 좀 조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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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4광장 앞. 올림픽 조정경기가 저 뒤편 바다에서 열리고 있다. 암표 아줌마가 내게 표를 팔려고 다가오기도 했다.
2. 시내에서 서쪽으로 가면 '잔교'라는 바닷가가 있다. 이 곳에서 칭따오 맥주 축제도 열리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올림픽 때문에 9월에 한다고 한다. 정말 비 많이 왔음! 주르륵주르륵..
3. 철창이 쳐 있는 택시 안. 청도는 미터 요금에다 1위엔을 더해 주는 게 관례라고 한다.




내가 머물던 황도는 청도 시내에서 배로 30분 정도 가야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는 이런 사정이 더 심했다.
교수 숙소는 깨끗한 빌라촌이었는데, 바로 앞엔 6,70년대 시장과 옛날 영화에서 본 듯한 사람들의 집들이 있었고, 풍경에 어울리는 모습의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학생 기숙사는 6층짜리 깨끗한 건물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영화 <소름>에 나오는 허름한 아파트였다.
바닥에 시멘트칠을 벅벅 해 둔 걸 보고 완전 허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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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에 있던 시장. 과일,채소는 정말 쌌다! 첫날 먹었던 파를 넣은 얇은 크레페 같은 레이어드한 파이 같은 부침개가 있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좀 지저분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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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숙소. 다른 선생님들은 늦게 도착해서 나 혼자 편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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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중국 선생님이 빌려 준 자전거로 통학했던 적이 있었는데, 구름다리를 내려갈 때 기분이 삼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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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드나들던 길. 숙소부터 강의실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15분 정도가 걸렸다. 지름길로 가려고 들판을 가로질러 다녔음.


그 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건 아니지만,
사람을 밀치거나 등을 떠밀고도 아무 말 없이 간다든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꽤나 무뚝뚝하다든가
화장실 문을 안 잠그고 열어 둔 채 옆에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볼 일을 본다든가,
남자들은 더우면 입고 있던 셔츠나 런닝을 위로 올려 배를 까고 있는다든가 침을 수시로 뱉는다든가
청도 시내 한복판 길에서 어린 남매 둘을 길가에서 그냥 소변을 보게 한다든가 기타등등의 행동들은
사람을 좀 뜨악하게 만들었다.


이걸 그들의 문화로 생각하고 상대적인 것으로 인정해줘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는데,
문화라기보다는 아직 서비스 마인드나 친절함, 남에 대한 배려 등에 대한 의식이 없는 듯했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이랬겠지만......



한편, 숙소에서는 아침마다 학교로 가는 대학 교수들을 볼 수 있었는데, 외향엔 거의 신경을 안 쓰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냥 아무 옷이나 입고, 슬리퍼를 신고 개성이나 아름다움 같은 것엔 관심이 없다는 양 무색의 붕어(중국 사람은 붕어같이 생긴 사람이 참 많았다.)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편 난 나름대로 옷과 신발의 색깔도 맞추고 햇볕에 탈까봐 모자까지 쓰고 수업에 나가곤 했는데, 그 사람들이 보기에 난 어땠을런지......



학교 앞 남문 근처엔 재래 시장이 매일 열리는데,
큰 수박 한 통이 우리 돈으로 150원!!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은 한 바구니를 사도 3,4위옌(*150=450원~600원) 정도다. 토마토와 오이, 복숭아를 사러 시장에 세 번쯤 갔었는데, 오이 가게 주인과는 알게 되어 나중엔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고, 그 사람은 내게 학생이냐고 묻기도 하는 등 몇 마디 말을 해 보기도 했다.


어제 과일 좀 사러 우리나라 까르푸에 갔는데, 중국 생각하면 도저히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세일이라고 파는 복숭아가 6개에 7500원. 중국에서는 3위옌, 그러니까 450원이면 먹고 살 수 있었는데....
김찌찌개도 6000원. 그 곳에선 맛있는 디쉬 하나가 20~25위옌.
예전에 중국 유학생들이 왜 바깥에 잘 안 다녔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 학생들에겐 밥 한 끼에 드는 돈과 커피 한 잔 값으로 쓰는 만 원 정도가 얼마나 큰 돈이었을까.
학생들 생각이 나서 마음이 좀 아프기도 했다.


중국 정교수의 월급이 2000~2500위엔이고, 한국어 선생들은 수업을 많이 하면 3000위엔을 받는다고 한다.
그 돈이면 그 나라에서 살기엔 충분하다고 하던데......
예전에 마 언니가 나보고 천진사범대학에 교수로 올 생각 없냐고 했었는데, 월급은 우리 돈으로 60만원을 주겠다고 했었다. 난 기가 막혀서 농담이겠거니 했었는데, 60만원이면 중국에서는 아주 좋은 대우였던 거다.




다른 나라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 외국에 가면 아주 성격 좋은 사람처럼 보이곤 하는데,
8일간 먹는 건 참 잘 먹고 지냈다.
되려 유럽이나 동남아 음식보다 중국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더 맞는 것 같다. 양념 사용하는 것도 비슷하고... 게다가 쫀득한 피로 만든 각양각색의 만두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으흐흐..아주 좋았다! 또 먹고 싶음.=) 특이한 양념의 향이 가끔 있긴 하지만, 뭐 더울 땐 먹을 만한 것 같다. 시앙차이는 특히 더울 때 먹으면 커피처럼 각성제 역할을 해서 좋다.




여행이 좋긴 좋다.
8일을 지내다 온 건데도 흡사 보름은 지내고 온 것 마냥 느낀 것도 많고 생각한 것도 많구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잡지에 나온 중국 지도 한 장을 쓰윽 뜯어서 가방에 넣었다.
좀 더럽고, 사람들이 매너가 없어서 약간 불편하기도 했지만,
워낙 다양한 모습들이 들어 있는 이 나라가 그래도 재밌게 느껴졌다.
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내륙 쪽으로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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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잡고 놀아보려고 하니 비가 퍼부어서 마음껏 걸어다니지는 못했다.
독일의 조차지였다는 청도는 아기자기한 유럽풍의 집들이 많았고, 골목들도 걸어다니기에 좋아보였는데 아쉬웠음.
사진에서 조용해 보이는 수풀이 우거진 곳은 어쩌면 중국에서 가장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 아닐까 싶기도 했던 '팔대관'이다. '팔대관'은 성북동 같은 느낌의 곳인데, 중국의 유명한 길 8개의 이름을 따다 붙여 놓아서 그 지명들을 알면 재밌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이런 것에 완전히 무식한 난 같이 간 선생님 덕분에 재밌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은 도로명으로 중국의 다른 지명을 붙여 놓는다고 하네! '홍콩 로드' 이런 식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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