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릉쾅쾅.
2008년은 연말까지 계속 일이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 온 걸 보니, 모든 게 다 끝이 있긴 있네.

끝맺음이 없는 건 인간사뿐이다.
일들은 아무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언젠가는 이렇게 끝이나는데,
인간사는 내가 죽을 때까지는 계속 안고 가는 문제들인 것 같다.






17일 논문 중간발표 후,
18일-20일 국어 학회
24일 집에서 짐을 싸고,
25일 또 짐을 싸고,
26일 이사.
27-30일 짐 정리 중



이사를 하면서 또 모르던 세상을 배웠다.
취득세, 대출, 복비, 이자 뭐 이런 낯선 단어들...
그 밖에도 은행에서 뭐라뭐라 한 기억도 나지 않는 낯선 말들도 들어봤다.



크리스마스 같지도 않은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 나지 않는 연말.
매년 이러면 정말 사는 거 건조하고 재미없겠군 하는 생각.
다들 그냥 이렇게, 밍숭맹숭 의미부여하지 않고 지내나 하는 생각.
이젠 그 누구도 차려주지 않으니, 내가 좋아하는 건 스스로 잘 차려서 즐겨야겠다는 생각.
누가 뭐라뭐라뭐라 해도 예쁘게 살고 싶다는 생각.

아- 되게 외로운 연말이군.
사람이 곁에 있어도 없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니, 혼자서 잘 지내는 법을 알아내야 할텐데 하는 생각.
하늘이가 보고 싶다. -마음껏 사랑을 주면 마음껏 받을 줄 아는 하늘이.^^






어제는 같이 자라온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 송년회도 했다.
서로들 성향이 많이 달라, 성인이 되어 만났다면 친구가 안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친구들.
하지만 그만큼 서로의 독자성을 인정해주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계산없이, 예의 차리지 않고 마음껏 까불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간만에 낄낄거리며 떠들고 웃고,하고 싶은 얘기 하고 좋았다.
내년이면 서로들 알고 지낸 지 딱 20년이 되네. 흐흐.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행복했음 좋겠다.




내일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친척들이 큰집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0시에 서로 새해 이사를 할 거다.
오랜만에 만나는 식구들.
이젠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날 때처럼 편하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고.
내일 가봐야 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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