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 요 며칠 계속 따뜻하더니 내일부턴 다시 추워진다고 한다.
예전보다 일기예보 등의 매스컴에서 춥다춥다 호들갑을 떠는 건 분명하다. 원래 겨울은 추운 계절인데. 별로 할 얘기가 없어서 그런건지.

올 겨울 내내, 이상하게 뾰족하고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도무지 안정감이 없다.
겉으로 봐서는 '정상' 범주에 속하지만, 내부에서는 요동을 치고 있는데, 성경과 친구 덕분에 그 요동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틀어 막고 있는 것뿐이다.(새어나오곤 하지만서도.)

나이 들어서 나쁜 점은, 이럴 때 애써 의연한 척, 유난 떨지 않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데 있다. 아님 자극들과 생각들에 무뎌져야 하나. 좋게 말하면 자제력을 키워야 하나. 감정조절법 익히기.

근데, 저런 흔한 생각들엔 함정이 있다. 저런 생각들 때문에,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어떠한 자극이 왔을 때, 빨리 그런 혼동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깊이 생각지 않고 닫아버리거나 묻어버리곤 한다는 것이지. 스스로를 사회가 부여한 틀에 가두면서, 멍한 눈빛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 

살아가는 것, 피곤하다.



<피곤하게 만드는 요소>

1. 기독교를 알아가는 것-
설렁설렁 태어나자마자 교회에 다니다가, 요즘 뭔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진리, 구원, 영생. 이 세 가지가 기독교의 핵심이라는데, 듣고나서 성경을 이 관점에서 찬찬히 읽을때마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예배를 보고 나서 평안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골치가 아프고 마음이 답답해진다. 뭔가를 제대로 알아간다는 건 원래 이런 건가? 아니면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2. 사람을 알아가는 것-
쉽지 않다.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harmony를 이루기는 커녕,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유형을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
난 이쪽 방면에서는 지진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유가 무엇일까? 
역시 사람도 제대로 알아가려면 원래 어려운 것인가? 아니면 역시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3. 끊임없는 잡일-
의미없는 잡일들은 하나를 해치우면 다시 하나가 시작된다.
연락을 맡은 분도 무슨 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의 빙빙 돌려말하기 신공과 '절대 나는 책임자가 아니라 그저 전달하는 사람일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긴 대화'가 짜증게이지를 상승시킨다. 참고참고 또 참으며, 무사히 전화 통화를 끝냈으니 다행이다.

4. 기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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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하고, 성과를 내고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하면 된다. 전혀 짜증나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다. 말 그대로 그냥 하면 되니까.

위의 1은 열외이지만, 2,3,4는 모두 '관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3의 잡일 역시 일 자체의 경중보다도 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기투합이 없으니 더 짜증이 나는 것 같다.

또 1,2,3의 공통점은 '제대로'에 있는 것도 같군.
신앙이든, 사람이든 제대로 알아가려다 보니 골치가 아프고,
지지부진, 애매모호한 걸 싫어하니, 큰 덩어리들을 빨리 파악하려고 뛰어드니까 힘들고. 짜증나고. 3 역시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하지, 입막음 수준처럼 보이니 짜증이 나는 것 같고.



<나름의 강구책>
1. 남은 겨울과 돌아오는 봄엔 순풍, 봄바람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다.
2. 우선은 내 주위에 심성이 이런 인물들-엄마,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배우고,
3. 무엇을 알아가는 데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질 것. 해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것.
4. 스스로와 타인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출 것.


 2012.2.15. 수요일. 서른일곱 되던 해(만으로 하고 싶다. 35년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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