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 1일>

 

어제부터 해님이의 태동이 커져서 뭔가가 불뚝 솟아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해님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제 10주 있으면 해님이를 만날 수 있겠구나.

 

그런데,

해님이의 크기가 커질수록 내 몸은 여기저기가 안 좋다.

8kg가량 몸무게가 늘었고, 허리가 더 자주 아프고, 왼쪽 갈비뼈가 어딘가를 찌르르 찔러서 통증이 있다.

또 해님이의 태동이 배나 자궁에 자극을 주어 약간 억하게 될 때도 있다.

그리고 매우 자주 피곤하다.

 

어제는 산뜻한 봄 날씨에 반비례하는 뚱뚱하고 구질한 외형과 몸의 무거움 때문에 우울했다.

산후조리사와 해님이 맞이 준비물 등을 검색하다 보니 피로하기도 했고 이 일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비용도 생각하게 되고,

자기의 미래를 준비하고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우석과 달리,

난 이런 실질적인 일을 알아보고 결정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알량한 마음가짐이다.

 

 

점심에 해님이랑 요가를 하고, 좀 피곤했지만 기분전환이랍시고 무인양품에 가서 옷을 들썩거리다 원피스 하나를 샀다.

그리고 그 옆 옷 가게에 가서 또 원피스를 입어봤는데, 전혀 맞지 않아서 더 우울해졌고,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부질없고 영양가 없는 우울한 생각들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 해님이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봤다.

6주 때부터 30주까지.

아직까지도 실감 나지 않는 광경이고, 아마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도 다른 사람의 일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한 인간으로서,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도해주는 엄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하루하루를 좀 더 곱씹으며 보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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