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K 선생을 만났다. 처음부터 내게 친근감을 표현하던 사람. 아줌마처럼 이야기를 떠걱떠걱 잘 건네고 풀어놓던 사람.

우리는 전혀 학연도 지연도 없는 상황에서,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처럼 학회에서 처음 만났다. 2007년이었다고 한다.

 

6년이 흘렀다. 그때 석사과정생이었던 K 선생은 올해 여름 박사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다. 학회에서도 발표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그 시간들을, 과정들을 같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던가. 쑥쑥 자라고 있는 K 선생을 보며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마음이 참 좋았다.

 

학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둘이 나와 차를 마셨다. K 선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K 선생이 이전에 했던 일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그의 형제 관계, 고향, 그의 나이, 학번을 알게 되었다. 나는 K 선생에게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같은 길을 가는 동역자를 만나고, 그가 인간적으로도 괜찮은(내 취향의 사람-진중하고, 얍실하지 않고, 속되지 않고, 자기 색깔이 분명해서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사람) 사람일 때, 내가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나보구나, 제대로 길을 가고 있구나 하는 잣대가 되는 듯하다.

 

사실 최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P 선생님이 주는 외부의 자극들과 나름 운 좋게 주어진 기회들에 그냥 이끌려 온 것은 아닌지,

시립대에서의 3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박사학위를 받은 후 3년 6개월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내가 주도적으로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

 

내 색깔을 지니고, 잘 닦아 나갈 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내 모습이 흐릿해질 때, 내 주위에는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거나 흩어지거나 하면서 주위가 지저분해진다는 것.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도 같다.

 

오늘 KNK 선생을 만나면서, 나도 그에게 앞으로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동역자가 되어야지. 좀 더 내 일에 줏대를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고맙다.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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