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우리는 경험을 통해 깨지고 다듬고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불완전한 우리는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왜 이렇게 살았던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인생 수업(Life Lessons)>>
'인생'이라는 말과 '수업'이라는 말은, 한글로 옮겨 놓으면 유치하고 진부하고 따분하게 들린다.
하지만, 저자가 이렇게 제목을 지은 건, 진짜 사람답게 살아나가려면 매일 배우고 깨달으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역설하려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포기와 받아들임,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과 성취지향적으로 사는 것,
놀이와 일,
신(나에게는 하나님)과 우주의 큰 계획 속의 일부로 사는 것과 내 의지대로 사는 것.
관계 맺음과 성공적인 관계의 끝.

 
이 책의 저자들은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치에 대해 균형있게 설명해 주며,
삶 속에 녹여내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다가 마음이 꽉 차는 느낌에, 읽던 곳을 덮고 곰곰히 나를 생각하게 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20대 때, <나무야나무야>가 삶에 대한 넓고 포근한 시선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줬다면,
지금 이 책은 내게,
끊임없이 의문점만을 남겨주던 저 category의 가치들에 대해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살아가며 배워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또렷하게 가르쳐줬다.
 


난 내 자신이 기본적으로 낙관론자이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살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느껴가고 있었다.

점점 살아가면서 순수하게 기쁜 일보다는 순수하게 쓸쓸하고 슬픈 일이 많이 일어나는 듯 보였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내가 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력뿐만 아니라 짱짱했던 마음도 약해지는 것 같았다.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뻥뻥 터지기도 하고,
애들은 30대가 되고 나니 다들 살아나가겠다면서,
'난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어, 다 그런거지, 뭐~'라는 말을 해대며,
난 이제 닳았어라는 표정(!)을 짓고 나타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좋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마음을 줬던 사람들과 이별하는 일이 많다. -친한 친구들이 한국을 떠나 살기도 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등...

그래서 쉴 새 없이 아기들이 태어나는 걸 보면서, 1차적으론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느꼈지만,
곧, 쟤네들은 이 힘든 세상에서, 이 많은 것들을 겪으며 또 살아갈텐데,
그걸 다 아는 어른들은 왜 저렇게 애들을 낳아대는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낙관적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나는,
애써 세상은 살아갈만 하다고, 이런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을 하면 못쓴다고 얘기하며 아닌척 하고 싶었다.


자아분열을 겪고 있는 내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말해 주었다.

-생명이 태어난다는 건, 신이 아직은 이 세상을 지속시킬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삶은 각자에게 주어지는 시험과 도전으로 이루어진 학교입니다.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을 때,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쳤을 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일이 일어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미래의 나라에서 살고 여행합니다. 새 일을 시작하면, 나에게 꼭 맞는 짝을 찾게 되면, 아이가 다 크고 나면...... 하지만 대개는 자신이 기다리던 일이 일어난 후에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새로운 미래들을 만들어 냅니다. 승진을 하고 나면, 첫아이를 갖고 나면,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얻는 기쁨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습니다. 미래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최선이든 최악이든,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우리에게 배움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될 때에도, 일들은 우리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기쁨의 시간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상황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마도 'God'을 중화시켜 '신'으로 번역을 한 것 같은데,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퀴브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는 분명히 하나님에 대해 잘 알고 느끼고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내 스스로의 힘보다 더 큰 하나님의 힘에 순종하듯,
삶 속에서도 하나님의 큰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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