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30. 일요일. 새벽.

 

이성 간의 사랑을 부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결혼을 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 더러운 정 때문에, 의리 때문에,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야 하는 끈끈한 동지애로, 혹은 애증(그나마 여기에는 '애'가 들어있으니 다행) 때문에 산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누군가가 사랑을 말하면, 그것은 한낱 꿈/개소리/뭘 모르고 하는 소리/철 없는 소리/순간의 착각/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것/존재한다 하더라도 5% 미만의 희귀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러한 주변의 악조건 속에서도 사랑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도 참 대단하다 싶다. 그리고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사랑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았기에 드디어, 연애 인생 약 17년만에 마음이 스르르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아닌지......

 

그는 내가 내 마음 상태를 제대로 몰라서 방황하고 있을 때, 스스로를 어지럽히고 있을 때, 내 마음을 미리 읽고, 이해하고 풀어준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 하나를 직면하지 못하고, 그 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로 생각을 확장하거나 깊게 골을 파서 우울함으로 몰아치고 들어가려는 나를, 현실에 단단히 붙잡아 놓기도 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해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쓸 데 없는 것/이상한 것도 생각하며 산다!'라고 치부해 버릴 만한 얘기들을 내가 할 때, 그는 왜 내가 그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야기하고 있는지 이해할 줄 아는 사고력을 갖추고 있고, 깊이 공감할 줄도 알며, 내 생각들이 가치 있다고 지지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외롭지 않았다.

내 개인용 사전 속에서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라졌던 첫 번째 해였다.

그에게 고맙다. 

 

오늘은 2012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일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감사헌금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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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 한 해는 아빠와 엄마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나 역시 빌빌거리며 건강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 나이 들어감을 직면하게 된 해여서,우울함과 젖은 솜 같은 무거움이 우리집에 깔려 있었다. 부모님과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위치를 재조정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우리집의 분위기가, 우리 가족이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제 부모님에 대한 기도를 하고,

그제 그와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아빠의 피부병도 좋아졌고, 수술 후 예후는 좋은 편이다. 점차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면 된다.

엄마는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 등으로 어지럼증과 돌발성난청이라는 귓병이 생겼지만, 다행히도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 아마도 내가 어릴 적부터 모녀가 꿈꿔 왔던 계획- 내가 학회로 외국에 갈 때 엄마가 따라 가는 것!-이 1월에 이루어지니, 엄마의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나 피로가 17일 동안 충분히 위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아빠는 요리를 배우고 있지 않은가. 무엇인가를 해 보려고 시도한다는 것 자체도 얼마나 감사한가.

 

어디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도우심이 오는지 짐작할 수는 없으나,

분명히 하나님의 도우심이 여러 가지로 우리 가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사하며 한 해를 마치고 싶은 '아름다운 시나리오'가 내 생각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잠시 의심도 해 보았지만, 분명히 그것은 아니었다.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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