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벚꽃이 흐드러진 날이다. 거실 창으로 아이 방의 창으로 꽃동산이다.

다음 주에는 남편 생일이 있고, 그의 생일은 여전히 나에겐 즐거운 날이다.

코로나가 어떻든, 주위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든, 

나와 남편과 아이. 우리 세 식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 작은 세계 안에서는 평안하고 따뜻하다.

문제는 이 세계에서 약간 벗어나 모두가 잠든 새벽이면 찾아온다.

오늘의 모든 일과를 다 끝내고,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책상에 앉아 있는 이 시간. 혹은 그냥 자자 하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 되면, 내 일들..쌓여 있는, 해야 하는, 그러나 뭘 정확히 어느 지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들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나를 위한 루틴은 없다는 사실과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것과 이렇게 다음 주 평일이 되면 수업하기에 급급해서 떠내려가지는 않을까. 

모든 것이 중요한데,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나가야 하는지 2022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건 여전하다. 그리고 헤메고 있는 나 역시 여전하다. 아이는 이제 일곱 살이 되었고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될텐데. 그리고 난 이제 한국에 와 있고, 이런 생활을 한 지 2년차인데. 어떡하나 어떡하나. 멀티에 능하지 못한 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버려야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

자잘한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결론... 사람은 안 바뀐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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