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1.-7.3

7.1. 금요일.

혼자 여행을 해 보니, 가족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아이를 살펴야 했고, 남편과는 조화롭게 살기 위해 살펴야 했음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눈치'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혼자라는 건, 시간이 흐르는 대로, 앞에 무언가가 보이는 대로 가거나 서거나 내가 좋아하는 걸 먹거나 하거나 하면 된다는 걸 의미했다. 그 누구도 살필 필요가 없는 데서 오는 자유로움.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뭐랄까 관계의 확장 가능성.

 

오늘의 압권은 뿔소라무침과 해안도로를 따라 탄 전기바이크였다. 아, 그래 난 뭔가를 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이렇게 오도독오도독 씹히면서 살짝 식초도 들어간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이런 걸 다시 확인했다. 최대 속도가 30km까지밖에 안 되는 바이크를 타며, 이게 진짜 오토바이면 신나겠구나 싶었다. 다음엔 좀 더 빠른 스쿠터에 도전해 보고, 그 다음엔 진짜 바이크에 도전해 봐야겠다. 쾌감.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 꺄오~ 하는 쾌감.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집에 돌아가면 자전거라도 타야지 생각했다.

 

7.2. 토요일

제주에 있는 친구 집에서 10시부터 밤 12시까지. 합창단 친구들이 모였다. 대학교 때 만난 인연들. 

쌓여 있는 테이프들을 꺼내 보고, 듣고, 엘피 판을 틀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자그만치 3시간 동안 우리가 그동안 불렀떤 노래들을 부르면서 감동하고 환호하던 시간들. 

50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이렇게 눈을 반짝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그리고 지휘자의 손 끝에 집중한 눈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어른을 만나, 친구를 만나 이렇게 노래만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육아 이야기도 할 필요 없었고, 생각도 안 났고, 결혼 생활 이야기도 할 필요도 없었다. 

한여름밤의 꿈 같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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