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깨끗하게 청소를 한 후, 차분히 앉아 공부를 해야지 했었는데, 무산됐다.

대신, 오늘 말 그대로 "하루종일" 아팠다.
감기 기운에 콕콕 쑤시는 위염 증세에, 울트라 생리통까지.
쓰리 콤보다.

 
이젠 꽤나 오랜 시간, 매달 한 번씩 똑같은 일을 겪어 왔는데,
어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 것인지.
특히 오늘은 약을 먹어도 잠깐 뿐,
허리도 끊어질 것 같고, 배는 아프고....


이 기간이 되면, 신체 및 정신의 면역력이 모두 약해지는 게 좀 불쾌하다.
감기도 잘 걸리고, 이상하게 위염 증세도 같이 잘 온다.(이건 왜??)
게다가 심리적으로도 좀 불안정하고.


하와는 왜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것이며,
종신토록 이렇게 애 낳는 고통을 겪는 벌을 받은 것일까.
하와한테 욕이 나왔다!
에잇!@#$@%#@^!
하나님이 아담한테 줬던 벌을 이브한테 줬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 텐데.
어차피, 요즘은 자기가 벌어 자기가 책임지며 먹고 살아야 하니.......



어디 한 번 정신력으로 이겨 보자 해서 요가에서 배웠던 자세 및 호흡법까지 취해 봤으나,
아퍼 죽는 줄 알았다.
결론은 약 두 알쯤 먹고, 핫백하고, 양발 신고 땀 흘리다 자는 게 훨씬 낫다는 거였다.



아놔-
논문은 언제 쓰나.
아니, 날아간 주제는 또 어떻게 찾나.
공부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지식은 짧고.
지혜는 없다.



천천히, 차분하게 가 보자.
몸에 기운이 없으니, 되려 정신은 맑아지는 듯도 하다.

나는 어찌되었든 선생을 하고 먹고 살게 되어 있나보다. 과외부터 시작해서 국어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누구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일종의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선생이라는 책임감은 사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쉽게 가질 수 있는 '자기 일에 충실' 정도의 것이고, 서비스 정신이 얼마나 있느냐가 좋은 선생 여부의 관건인 듯하다.

특히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란, 그닥 이론적 배경이 탄탄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그들을 이해하고, 얼마나 애정을 갖느냐에 학습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내게, 마냥 퍼 주는 것을 요구하는 직종인 한국어 선생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일 수 있다.

오늘은 두 학기 속을 썩이던 학생이 오늘 도리어 내게 "선생님, 고급반이라 피곤하죠?"라면서 말을 건네고(크헉...알긴 아셔.), 우리반 무대뽀2는 음료수를 사 들고 와서 슬쩍 놔 준다. 뜬금없이 전화를 하더니 금요일 저녁 때 뭐하냐고 묻기도 한다. 내 뒷골을 사정없이 땡기게 하는  말썽꾸러기 학생 둘의 자잘한 행동들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 심장 한 복판이 나른해진다.(물론 다시 이들 때문에 극도의 피곤함과 속이 뒤집힐 수도 있겠지만...)

스물 둘, 많아봤자 스물 다섯. 낯선 나라에 와서 사람이 그리운 학생들에게 내가 먼저 이런 작은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했는데....

미안허이..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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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전날이었다.

실없는 농담을 하며 나즈막한 아차산에 올랐다.

농담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가끔은 심각하게 농담의 기능(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거운 상황을 피하려는 것일까? 진심은 어디에? 뭐 이런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성경에 써 있듯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니 이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한강에 짐을 좀 덜어 놓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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