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고,

벌써 귀국 후 맞이하는 두 번째 봄인데 흡사 첫 번째 같다!

피어오르는 꽃들, 봉오리, 파릇한 연녹색의 잎들, 거기서 뛰어노는 너와 나, 우리 가족의 모습이 기대되는 봄이다.

이유도 없이 설렘도 있는 봄이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감사한 봄이다.

여전히 깔깔대며 웃고, 여전히 장난칠 수 있는 남편이 있어서 감사하고,

(딸 아이의 마음이 여리고 섬세해서 얘에 비하면 공대생 수준인 내가 잘 이해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6년 가까이 건강하고 밝고 똘똘하게 잘 자라나고 있는 딸에게 감사하다.

코로나라는 이상한 상황에서 살면서도 정신 갖추고, 경제적인 것에도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2022년 3월 말까지 잘 버텨왔고, 살아왔음에 감사하다.

잘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오늘 우석과 함께 병원에 갔다.

사람이 무척 많아서 30분 정도를 기다렸고(임산부들은 연휴가 있어도 어디를 안 가나보다.),

초음파로 해님이 머리 모양을 봤고, 심장 박동 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양수의 양도 적당하다는 말을 듣고 왔다. 

내 체구가 작은 편이고, 배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그리 나온 게 아닌 것 같아서 양수의 양이 부족하면 어쩌나 약간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진료 시간은 다 합쳐서 1분 정도?

해님이가 아무 문제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다행이지만,(해님이는 약 2.4kg 정도라고 한다.// 반면 난 임신 전보다 10kg이 늘었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진료 시간은 너무 짧아서 약간 허탈? 허무한 채 우석과 나왔다.

 

 

다다음 주부터는 내진을 하고, 분만에 대해 얘기하게 될 거라고 한다.

여건이 된다면 자연 분만을 할 생각이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제왕절개를 해야겠지.

출산이라는 게 순리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겠나 싶다.

하나님이 여성을 창조하실 때, 다 알아서 장치를 해놨겠지 싶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골반 벌리기나 요가, 호흡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연습해 놓아야겠다.

'노산'에 해당하긴 하지만,

그만큼 정신력이라든지 마인드컨트롤 같은 능력은 나이에 비례하는 거니까...

침착하게만 하면 출산도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병원 방문은 좀 허무했지만,

남산 공원에 가서 점심을 먹고, 공원을 산책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오랜만에 초록으로 가득한 5월을 봤고, 기분 좋은 햇빛과 바람을 쐬며 걸었다.

공기에 실려 있는 꽃 향기도 맡고.

점심을 먹으면서, 우석과 부모님도 한번 모시고 오면 좋을 것 같고, 나중에 우리 해님이와도 종종 오자는 얘기를 했다.

 

 

특히 공부와 일로 지쳐 있는 우석에게 병원에 매번 같이 가자고 하는 게 마음 한 편으로는 좀 미안한 감이 있었는데(머리로는 전혀 미안한 일이 아니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석도 이 장소를 마음에 들어 했고, 기분 전환도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그가 행복하고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과 일에 쫓기면서도 잘 내색하지 않고 나와 해님이, 양가 부모님,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우석에게 고맙다.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결단을 내린 결정적인 계기는,

이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내가 옆에 있으면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땐 무슨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나 모르겠다.

좀 더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있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우석과 해님)을 위해,

좀 더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좋은 인간이 되게 해 주세요.'-평생의 기도 제목이다.

 

 

 

+종합비타민(임신 후기용)과 칼슘제를 샀음. 68000원. 진료비 약 9만 원.

 - 쏠쏠히,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걸 보며,

   돈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뭐 이런 생각도 잠시 했다.

 

 


매번 봄을 맞는데도 감상이 다르다.
이래서 반복되는 4계절인데도, 질리지 않고 몇 십년을 살아갈 수 있나 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사람들이 5명이나 숨어 있다. 이들은 모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가운데 어린 커플은 뽀뽀에 집중하고 있을 듯하며, 사진을 향해 봤을 때 오른쪽의 할아버지는 열심히 지갑인지 핸드폰인지를 보고 계신다. 왼쪽의 두 사람도 뭔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재밌네!^^ -사진 클릭해서 보면 확대됨.]





시청 쪽 간 김에 시간이 떠서 잠시 들른 덕수궁. 그것도 혼자!!
이런 곳에 혼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는데, 이내 적응이 됐다.
혼자라는 건, 사물과 그 시간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덕수궁에서는 마침 대한제국에 대한, 마지막 왕실에 대한 프로그램이 진행중이었다.
10살에 강제로 일본에 유학을 가고, 가족을 줄줄이 잃는 등 험난한 삶을 살았던 영친왕에 대한 설명과 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다. 어느 나라나 마지막 황제는 시대라는 거대한 힘에 밀려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군.
 

인간의 의지가 강할까, 시대라는 조류가 강한 것일까.
인간이 강한 의지만 있다면 시대의 힘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얘기. 결국 선택이다. 게으르게 그러나 조금은 편하게(?) 살 것인가, 깨어있으면서 그러나 조금은 피곤하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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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곳곳을 자세히 살펴 봤다. 건물 안도 유심히 살펴 봤는데, 천장이 낮고 한 칸으로 된 방은 정말 작았다. 키 큰 사람이 발 뻗고 누웠을 때 딱 닿을만한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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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날, 금요일 저녁을 더욱 기분 좋게 해 줬던 '오향장육'과 '물만두'!!!
太好츠!!!^__^
엄마, 아빠 서울 나오시면 한번 가야겠다. 옆 테이블에서 먹는 팔보채와 깐풍새우도 정말 맛있어 보였다!
 -중국대사관 앞 <<산동교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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