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공부하는지, 정말 시간이 없는 것인지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도 알아보기로 했다.

한번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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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25.월. 9:15a.m.

7:20 기상, 학교 보내기 준비(아침 식사, 옷, 머리, 물통, 책가방)

8:07  J 등교, 아이가 남긴 것을 아침으로 먹고(이건 하지 말까보다.. 기분이 꽤 별로임) 설거지, 집 정리

8:40 씻고, 옷 입고 내 책가방 싸고 외출 준비

9:20 공부 시작@독서실

-통으로 주어진 금쪽 같은 시간: 9:20-재이 1차 하교 픽업 전까지(3:20)

9:20-12:30(약 3시간): 2장 마무리

점심 먹고, 산책

 1:30-3:30(2시간): 3.4-3.5 마무리

2022. 9. 20. 화요일. 24도. 가을 날씨 시작할 것 같음.

그동안 운빨로 먹고 살았던 나. 학위를 받자마자 취직을 했고 항상 연구실이라는 곳이 있었다.

2022년. 9월 19일. 처음으로 연구실이 없다. 

카페에서 공부하기도 안 되고, 집에서 공부하기도 안 되어서 그간 헤매이다가...  연구실이 있던 삶처럼, 코로나 이전처럼  생활의 루틴을 찾자고 헤매이다가... 시간은 가고 연구 성과는 없이 2022년이 끝나가고 있다.

무섭다. 생활인과 공부하는 사람의 언저리에서 소멸되어 버릴까봐.

지난 추석 이전부터 그냥 닥치는 대로, 컨디션이 허락하는 대로 앉아 있어 봤다. 특히, 아이를 재우다가 같이 잠들고 밤 11시30분쯤 깨어 아주 몸이 가뿐하고 맑은 상태. 그때 그냥 책상에 앉아봤다. 새벽 네 시, 다섯 시까지 말짱했다. 앉아서 책을 들여다 보고, 계획도 세우고 생각도 했다. 아주 조용하고 집중도가 높은 시간이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J의 등원 준비를 시키느라 일어나야 한다는 것, 수면의 질이 낮아지니 눈이 시리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논문 쓰기 같은 경우도 생각보다 생산적이지는 못했다.(그치만 공부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탈 수는 있었다.)

이렇게 닥치는 대로 산 지 10일가량이 된 오늘. 

-눈이 시리고 피곤함/ - 발표 논문 못 끝내서 못 넘김/ -데드라인 어김/ 내일 강의도 있는데.... 이러면서 앉아 있다.

일단 이번 주에 발표 논문을 넘겨야 하니, 이 모드로 그냥 계속 가긴 가야하고. 그 다음 주부터는 8시에 일어나고, 1시쯤 자는 생활 패턴으로 다시 돌려놔야 할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아침형 인간은 아무래도 힘들고.

-8시 기상/ J 등원시키고

-9시-9:30 준비하고, 집 대충 정리하고 나감. * 주의! 집에서 나가야 함. 집에 있으면 자꾸 집안 일을 하거나 생활인으로서 필요한 것들을 검색하고 사둔다. 나가야 함. (도서관이나 학교)

-9시30- 공부 시작하는 시간 (9:30-1시/ 2시-4시30) (-강의 시간 제외)
*주의! 이메일 확인만 한다. 바로 답장 보내야 하는 것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밤에 처리. /
인스타, 카톡, 유튜브 등 보지 않는다! 산만해지고 다른 길로 샐 수 있다. 답장이 필요하다면 점심 시간에 밥 먹으며 처리한다.)

1시 -2시점심 식사/ 걷기
(주의! 꼭 걷는 시간을 확보한다. 바로 앉으면 소화가 안 되면서 졸림/ 통학은 걸어서.)

2시-4시30 오후 공부/
4시40 저녁 식사 뭘 먹을지 생각, 준비/ J 하원./

           J와 함께

9시 30-10시 씻기고 재움

10시30-11시 밤 공부 시작(이때 주로 강의를 준비하고, 일을 하면 되겠다. 이메일 보내기라든가..연락 같은 것들)

1시 정리하고 잠

 

 

2020년 3월 19일 목요일이 지나갔다.

아침 7시30분 재이가 나를 깨웠고, 어제 새벽 4시 30분에 잠이 들었던 나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시작되었고, 재이 아침을 팬케이크와 치즈, 계란프라이, 사과, 블랙베리, 우유로 먹이고,

새벽에 잔 남편은 10시쯤 깨더니 비상식량을 사러/구하러 마트로 바로 출동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휴스턴.

Coronacation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미국은 3월 중순, 일주일 정도가 봄방학인데, 그걸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재이 프리스쿨도 3월 30일까지 휴교였는데, 어제 다시 연락이 왔다. 4월 10일까지로 연장. 남편의 학교 역시 이번 학기,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기로 했다. 나? 학교와 멀어진 나. 이젠 학사일정과는 상관없어진 나는, 재이가 학교에 갔던 4-5시간여를 혼자 보내지 못하게 된 것과 아침, 점심, 저녁 식사의 공급자가 되어야 한다는 게 달라졌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마음을 잡고 뭔가를 해보려하면 무슨 일이 꼭 터진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건가. 짬짬이가 죽도록 안 되는 나란 인간은, 마음을 단단히 동여 매고 계획을 세운다. 그러고 나면 꼭 재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아프거나 하는 일이 생겨 학교를 안 간다든지, 밤에 간호를 하다가 내 체력도 같이 고갈이 된다든지...뭐 그랬다. 또는 봄방학, 여름방학,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겨울방학....이놈의 나라는 노는 날이 뭐가 이리도 많은지.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바이러스란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재이와 놀다가, 다시 점심을 차리고 치우고, 재이 똥을 치우고, 낮잠 시간엔 재이와 함께 한 시간 반을 자다가, 또 일어나 재이와 놀다가, 저녁을 차리다가, 애 목욕을 시키다가, 10시가 되어도 잠 안 자는 아이를 보며 생각을 했다. 만약 오늘 이렇게 지내다가 코로나바이러스든 뭐든 해서 죽게된다면, 정말 이건 아니지 않은가. 나도 장래가 촉망 받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그것도 타향에서 이렇게, 이런 식으로.

 

살고 싶다. 아이 돌보미 말고, 내 이름으로.

그런데, 아이 돌보미는 이제 내 운명이다. 얘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계속 될 거다. 난 이 아이에게 책임이 있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고, 지금은 거의 세상의 전부로 날 바라보는 이 아이에게 난 끊임없이 하늘의 사랑을, 자연의 생동감을, 살아가는 일에 대한 기대를 줘야 할 책임이 있다. 퇴근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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