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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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한 편을 아빠가 공들여 작업하시는 '서종사랑 제7호' 첫 페이지에서 보았다.

어떤 이가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자, 가장 나를 외롭게 한 사람이라는 건,
꼭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부재 따위의 비극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알싸한 감정.



그나 저나 올해 가을은 참 아름답다.
창경궁의 단풍도, 우리집 앞 공원의 단풍도, 교정 내의 단풍도.
요즘 단풍은 정말 최고!


얘들이 가기 전에 꼭 사진에 담아 놔야겠어.
주말엔 하늘이랑 수입초등학교 놀러 가서, 낙엽 떨어진 곳으로 막 뛰어다녀야지!^____^
                     
 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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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다!
들풀 향기가 바람에 불어오는 것 같네.^________________^
이번 주말엔 교보에 가서 시집이나 한 권 사 봐야겠다.


툭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꾹 참는다, 가을이라서 그런가라고 말하자,

Dr. Brown 왈, "치유되는 과정일 거야."라고 했다.








일흔 여섯의 박완서 할머니께서 새로 내셨다는, <<친절한 복희 씨>> 중 이 구절이 눈에 띄었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게 왜 나빠."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으므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의 자연스러운 상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자연스럽게 흘러 갈 수 있도록 놔 둬 보자.



쨍하고 찬 바람이 불어 오니 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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