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새해에 해야할 것들

 

1. 몸과 손을 직접 사용하기,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고 행동력 있게 일을 처리해 나가기.

   (생각만 하지 말기. 계획만 잡지 말기. 책으로 먼저 배우지 말기.)

 

  - 30분씩 매일 걷기

  - 사람들과 직접 연락하고, 일을 구성하기, 실행으로 옮기기

 

 

2. 연구하기

 

  - 2년 동안 연구자로서 입지를 세우기

  - 최소 3개의 단독 논문 투고, 발표/1년

 

  의사소통과 감정의 문제, 의료커뮤니케이션, 감정이입, 공감, 관계중심적 대화에 집중해 보기

 

 다양한 연구 과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나를 가둬두지 말고 열어두기

 

3. 외국어

 

  - 매일 영어 공부 30분씩: 읽거나 쓰거나 말하거나 듣거나 매일 30분씩 하기

  - 독어 공부 매일 30분씩: 읽기, 문법 중심으로 공부해서, 1년 후 원서 강독할 수 있게 하기

 

 

4.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우선해 둘 것은,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모든 일에 우선하여 매일 기도하고 계획하고 행동하기. 매일 성경을 조금씩 보기.

  - 남편과 부모님을 사랑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하기, 그들의 생각과 말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 뱀처럼 지혜롭게!

KNK 선생을 만났다. 처음부터 내게 친근감을 표현하던 사람. 아줌마처럼 이야기를 떠걱떠걱 잘 건네고 풀어놓던 사람.

우리는 전혀 학연도 지연도 없는 상황에서,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처럼 학회에서 처음 만났다. 2007년이었다고 한다.

 

6년이 흘렀다. 그때 석사과정생이었던 K 선생은 올해 여름 박사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다. 학회에서도 발표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그 시간들을, 과정들을 같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던가. 쑥쑥 자라고 있는 K 선생을 보며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마음이 참 좋았다.

 

학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둘이 나와 차를 마셨다. K 선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K 선생이 이전에 했던 일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그의 형제 관계, 고향, 그의 나이, 학번을 알게 되었다. 나는 K 선생에게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같은 길을 가는 동역자를 만나고, 그가 인간적으로도 괜찮은(내 취향의 사람-진중하고, 얍실하지 않고, 속되지 않고, 자기 색깔이 분명해서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사람) 사람일 때, 내가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나보구나, 제대로 길을 가고 있구나 하는 잣대가 되는 듯하다.

 

사실 최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P 선생님이 주는 외부의 자극들과 나름 운 좋게 주어진 기회들에 그냥 이끌려 온 것은 아닌지,

시립대에서의 3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박사학위를 받은 후 3년 6개월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내가 주도적으로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

 

내 색깔을 지니고, 잘 닦아 나갈 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내 모습이 흐릿해질 때, 내 주위에는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거나 흩어지거나 하면서 주위가 지저분해진다는 것.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도 같다.

 

오늘 KNK 선생을 만나면서, 나도 그에게 앞으로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동역자가 되어야지. 좀 더 내 일에 줏대를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고맙다. 그 사람.

 

 

 

  

2013. 10. 2. 수요일

 

 

글쓰기를 가르치며 도리어 나는 글을 쓰지 않는다. 글을 써서 무엇을 생산해내고, 생각을 발표해야 내 존재 가치가 있는 직업군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지 않다니. 조짐이 안 좋다. 불안하다.

 

학생들에게 글은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 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글을 써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없던 생각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 것이라고. 그것이 글의 힘이라고 번지르르하게 말해왔다.

 

정작 나는 무언가가 완성되었을 때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게 아니었는지.

 

글을 쓰지 않다보니 문장은 조악해지고 어휘량도 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논리적으로 풀리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다른 원인을 찾아보자면, 만연체이며 비문 투성이인 문장들로 쓰인 논문 같지 않은 논문들을 봐서일지도 모르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가 내 머리가 가장 잘 회전할 때다. 생각도 긍정적이고 논리적이다.

이때 글을 써야한다.

 

때마침, JK 선생님이 졸업할 때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나며 부끄러워졌다. 졸업 후 4~5년 동안은 글만 보라는 말씀, 나만 생각하고 나아가라는 말씀, 이 기간이 매우 즐거운 때일 것이며 다시는 오지 못할 때라는 말씀. -지키지 못했다.  난 강의만 죽어라 했고,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다. 선생님과 약속했던 시간이 2년 남았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퍼뜩 차렸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매일매일 글쓰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글쓰기"

2013. 10.2.~2015. 10.2.까지. 2년 동안 지켜야 할 규범이다.

 

JK 선생님께 안부 편지라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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