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상 공간의 집. 오랜만이다!

2013년 7월 23일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고로 7월 24일 수요일 새벽.

결혼한 지 두 달에서 하루가 모자르는 시점.

그 사이 혼인 신고도 했고, 기념 사진도 찍었으며, 아빠는 지리산에 다녀 왔으나 그리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듯하고(그러나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고), 시부모님과 몇 번 전화 통화를 했으며-용건중심적이며 용건만 간단히에 익숙해 있는 내게는 새로운 경험, 좋아죽겠고 행복해 죽겠다를 외치기도 했고, 싸움도 했다. 미묘한 심리전도 치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도 한 번 해 봤다.

 

 

 

 

 

나의 고질병인 공허병은 결혼을 했다고 나아지지는 않는다. 좋은 짝을 만나서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없어졌다고 해도, 순간 모든 게 다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여겨지는 공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허감이 밀려온 어제는 이것저것 미친 듯이 읽고 또 읽어댔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에도 들어가 남의 일에 참견도 해 봤다.

그러다보면 다른 일에 눈에 팔리고 생각이 팔려 공허감은 잠시 미뤄두게 된다. 이게 여지껏 내가 건강하게(?) 다시 정신차리고 살아올 수 있었던 임시방책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 여기저기서 주워온 정보들과 정리한 생각들

 

1. 글 잘 쓰는 사람

김선주,구본형,강석경,최보윤,고종석

 

2. 재미난 책, 읽어볼 만한 책

'베른하르크슐링크'가 쓴 책

<결혼, 여름>, 카뮈, 1989. 책세상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마리오 바르가스요사, 송병선 역, 문학동네, 2009.

조셉 캠벨의 책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창작 신화>, <신화의 힘>--이건 내가 산 건데 읽기도 전에 아빠가 가져가서 앞만 보다 말았음. 가져와야겠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워턴, 민음사, 2008.

<기쁨의 집>

 

3. 아이폰, 옐로 패드-메모

 

4. 생각

4.1. 화용론, 대화분석, 대화 연구, 인터뷰 연구 등의 1세대는 누구? 한국과 외국에서는?

어떤 논문 내용이었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4.2. 여성 연구자로서, 내 정체성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나의 아이덴티니를 규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화여대, 여성, 화용론, 대화분석이라는 키워드로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4.3.재미난 것, 궁금한 것을 하자. 그럴듯 해 보이는 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말고.

   -재미난 것, 궁금해 죽을 것 같은 것, 흥미진진한 것을 파들어가면서 겸손하게 살아가자.

 

5. 난 스스로에게 진실한가?

 가짜, 거짓.

 내가 누구인지 나는 정확히 모른다. 어쩌면 항상 다른 사람이 되려 했던 것도 같다. 묵직한 사람, 냉철한 사람, 귀여운 사람, 친절한 사람, 온유한 사람, 엄마 같은 매력이 있는 사람....

난 누구인가?

 

6. 파일 정리 방법

 <연도, 프로젝트명>

100 management

200 reference

300 보고서

400 자료 조사 결과

500 최종 결과물

 

세부 자료는 110, 120 순으로.

 

유용한 팁이다. 몇 개의 논문, 프로젝트를 해 본 결과 나중엔 파일이 엉망진창이 되곤 했다.

머리든 컴퓨터든, 책상이든 책장이든 정리는 중요하다.

 

7.'아내: 피하고 싶은 자"

   소설 제목으로 낙점.

 

8. 스토리헬퍼가 오픈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취향을 알 수 있겠더군.

 

9. 하늘이가 보고 싶다. 9살, 10살이 되어 가는 하늘이.

   너와 함께 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슬프지만,

   함께 하는 날 최선을 다해서 같이 놀아주고, 보살펴 주면 되는 것이지 싶다.

  

10. 목요일 송파구청 정신보건소 주최.

    자살 방지 예방 교육.에 간다.

    좀 웃기게 되었지만,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진행하는 회의와 강의가 훌륭하다고 하여 관찰차 가보려하는 것인데, 자꾸 내용도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할까? 이유 없는 것에 대하여 질문을 할 때 답을 못 구하게 되고 결국 자살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법륜 스님의 즉문즉답에서 이야기하던데.

 사실 "왜 나는 태어났을까?"는 정말 궁금하지 않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말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이왕이면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천사표의 모범 답안이었다. 맞는 말씀.

 

11. 페북에 목 매다는 자들과 블로그에 글 쓰는 자들과 두 가지를 전혀 안 하는 자들

 

정말 인간은 두 가지 근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나보다. '공감'에 대한 욕구와 '자기 성찰'에 대한 욕구. 온라인 매체들이 증명하듯.

나 역시 마음이 산란할 때 페북이나 블로그 같은 것은 매우 유용한 치료제가 된다. 그러고보니 페북에 줄창 글을 올려대는 몇몇 친구들을 보면, 아마도 공감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들이 아닐지. 외롭군으로 요약 정리되는구만. 반면 페북, 블로그 등 당췌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은? 글쎄.자기 성찰에 대한 욕구가 없거나 현실에서 공감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가상 세계까지 가지 않아도 되거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내일 회의 있다. 12시에 점심 먹고 1시 회의.

 도무지 당위성이 없는 회의이니, 화내지 말고 가능한 한 무표정하게 조용히 있자.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

 

-보고서 완성해 둘 것.

 

 

 

 

 

 

 

직장 동료, 친구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애인은, 혹은 남편은 나의 부모가 아니다.


이 당연한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부모는 내가 공부나 일로 당신들을 소홀히 대하여도 도리어 시간에 후달리며 욕심껏 결과물을 못 내어 전전긍긍하는 나를 안쓰럽다, 그래도 우리 딸 대견하다 하고 칭찬해준다. 하지만 타인은 다르다. 아니, 같을 수가 없다.


저런 모습은 타인에게는 욕심만 있고 무능력한 자, 시간관리 못 하는 자로 비춰지기 쉽고,

거기에 타인에게 부정적인 피해를 주게 될 경우, 그 여파는 어디로 미칠지 모를만큼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심지어 사랑, 믿음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마저 '피해' 앞에서는 쉽게 부정 당한다. 예컨대 '이렇게 날 불편하게, 소홀하게 하면서 사랑은 무슨! 믿음은 무슨! 이해는 무슨! 배려는 무슨!' 처럼. 


기본적으로 인간은  결국 타인으로 인해 내가 불편하고, 타인이 내게 소홀한 것 같으면 그 이유야 어떻든 싫은 것이 당연하고. 그 순간 아름다운 단어들은 쉽게 소멸되며 그닥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상위의 격률(maxim)은,

- '상호 간 폐 끼치지 말 것'이다.


이 사실에 대해서 감상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다.

부모가 자식을 한없이,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일까??? 모르겠다. 부모가 안 돼 봐서) 이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간으로서 도리라고 할만큼 아주 당연한 거니까. 

명심하자. 


-'상호 간 폐 끼치지 말 것'


두 번째 격률은, 아마도......., 


-'어쩔 수 없이 폐를 끼치는 일이 생긴다면 지속적이면 안 된다.'이다.


















20대. 사람을 만나면 허구언날 싸우고 꿈을 꿔댔다. 강한 고집과 아집과 혈기왕성함이 섞여서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 싫어했고, 내가 옳다고 주장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너나 나나 아직 결정된 것이 한 개도 없어서, 그저 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뭐가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그것들을 위해 공부하기도 했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때의 키워드는 '야망'과 '자신만만함'


30대 초반-서른에 결혼하고, 서른하나에 애 낳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숙제를 끝내고 싶었다. 별 거 아닌데, 나이에 대한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당면 과제에 눌려 누가 누구를 옥죄기도 하고 누구는 벗어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 타이밍이라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싸이클이 맞는다면 그들은 결혼하고, 맞지 않는다면 헤어진다. 이때는 그렇게 마구잡이로 사람과 싸우지는 않는다. 그리고 가끔은 매우 나와는 다른 유형을 만나는 경험도 해 본다. 일종의 실험. 혹은 한 번 데였으니 다시는 안 데여.라는 모종의 결심 때문이랄까. 이때의 키워드는 뭐였지? 하나로 정리가 안 된다. 매우 피폐하고 안 좋은 상황에서 '잘 살려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꼬박꼬박 수영 학원에 가기도 했고, 논문을 쓰기도 했고, 안정적으로 돈이 나오는 일자리를 얻기도 했다. '잘' 살기 위해, 뭔가 어긋난 방향들을 제 궤도로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혹시...키워드는 '실패와 상처를 억지로 부인함?'


30대 후반-졸업. 포지션이 바뀌는 경험. 나는 어떻게 살아나가야 행복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포기할 것들은 조금 포기하게 된다. 예컨대 내가 바위처럼 매사에 무덤덤하면서 단단한 인간류가 될 리는 없다는 것. 40을 바라보면서 사람을 만나니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늙어갈지에 대해 그려보게 된다. 그리고 나와 삶의 방향이 같은 사람을 만난다. 더 이상 팔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건강에 신경을 쓴다. 지금보다 훨씬 덜 다듬어져 있던 때이기는 하였으나 빛나던 청춘의 때를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 공유하지 못했던 과거가 40년이나 쌓여있어서 역시 마음이 아프다. 서로의 흰 머리를 보고, 지친 낯빛을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도 한다. 이 사람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아야지, 내가 행복하게 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어느 서울 한 쪽에서 근 40년을 겪어내 오면서도 밝고 곧은 모습으로 살아와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친구든 애인이든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찾게 되고, 그들을 만나고 싶어하게 된다. 지금 보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함께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이 풍부해진다는 말,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아닌 것 같다. 나이대별로 삶의 풍부한 소재들은 각기 존재한다. 예를 들어 10대 때는 무조건 다양하게 놀며 몸과 마음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폰지처럼 쭉쭉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신나는 때이고, 몸도 부쩍부쩍 자랄 수 있는 때가 아니던가.


각자의 나이에서 무엇을 풍부하게 만들고 어떻게 해야할 때인지 아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내용과 방식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잣대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기준 하에서 잘 판단되어야 하고 행해져야 한다.(아,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것 하나 찾았다! 사회의 잣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스타일을 찾고 알게 된다는 것!)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38세~40세까지 나의 키워드는 무엇으로 기록될까. 

"반 남은 인생의 기반 닦기'일 것 같다.- 신앙, 학문, 사랑, 부모님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에대한 기반.

40이 되기 전까지 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밑작업을 탄탄하게 해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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