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4일-->25일

지난 5일 동안은 캔쿤에서 부모님, 남편, 재이와 함께 지냈다. 30개월 재이와 부모님과 푸르디 푸른 카리브해를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라는 all inclusive가 그리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여행이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선물 준비 하나 없이, 지나갔다. 물론 나의 게으름 때문인데. 항변하자면... 이상하게 난 이것저것 잘 까먹게 되었다. 머릿속이 항상 분주하고 정돈이 안 되어 있다. 아이 때문인가, 노화 때문인가. 이 불안정함은 도대체 무엇에서 기인하는 건지. 아이 키우는 것도 쉽게 짜증이 난다. 너무 잘 하려다가 안 하느니 못한 결과들이 나오거나, 도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예수가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신 날.
그분은 정말로 나 때문에,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을까. 그 구원이라는 건 뭘까. 도대체 뭘까.

말일까지 마감인 문서(?) 하나를 앞두고 있는데, 하다보니 하기가 싫어서 미적 대고 있고. 그러다 보니 비효율적이고. 연말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부모님까지 오셨는데 이러고 앉아 있는 내가, 그리고 옆 책상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로 앉아 있는 동거인의 처지가,... 별로다.

재이는 오늘 낮잠을 안 자더니 저녁 나절, 밥도 안 먹고 떼를 쓰다가 쓰러져 자고.
엉망진창이다.


2018년 5월 17일. 목요일 새벽.


내일 금요일은 서울 수업 1교시가 있는 날인데, 목요일이면 이미 한 주가 끝난 느낌이 들고 괜히 새벽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게 된다.


7월 12일로 출국 일자가 정해지고, 어제는 우석이 우리가 살 집을 가예약해 두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 두 달 정도 남았는데

마음이 붕 떠버려서 쓰고 있는 논문 마무리도 잘 안 되고, 강의도 제대로 안 된다.



완전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 비스무리한 것도 있는 것 같고....

가만 보면, 직접 닥쳐보기 전엔, 걱정을 안 하는 편인 거 같다. 막연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어릴 때야 진짜 사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치자. 지금은 아닌데.... 그렇다면 뭐지?

그냥 내가 어느 정도 인복도 있고, 운도 따른다는..뭐 그런 믿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관계 맺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제일 문제는 영어다. 

흠- 논문 마무리가 급한 게 아니라 영어 공부를 좀 집중적으로 해놔야 될 것 같은데, 이마저도 마음이 안 잡힌다.

가기 전까지 획기적으로(!?)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



또 다른 걱정은, 재이를 돌보는 것도 그렇고,

특히 내가 밥을 챙겨야 한다는 것, 주부로서의 역할을 아무래도 해야 될 것 같아서인데....빨래/청소/집안 일...

이건 이번에 우석에게 확실히, 잘, 이야기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분담에 대해서.



다시 티스토리를 살려야겠어...



2017. 7.24. 새벽 0:46 어제, 그제 주말 내내 비 오고 흐림

 

뉴스에서는 인천 지역은 성인 가슴께까지 비가 차고 수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 뉴스를 보면서 어제 오늘 아이를 보며 갇혀 있다고 입이 퉁퉁 부어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에어컨까지 펑펑 틀어대면서 집이 답답하다고 투덜거렸다.

(아마도 어제 남편이 모처럼 주말 약속이 있어서 외출을 하고, 내가 재이를 온 종일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도저히 전업 주부를 하면서 아이만 키울 수는 없는 인간인 것 같다. 아이는 진심으로 사랑스럽지만, 내가 행복하지는 않다.)

 

 

이번 주는 우석이 떠나기 전 주.

재이와 나, 우석 세 사람의 첫 여름 피서가 잡혀 있고,

그는 떠나기 전 부모님 댁에 1박 2일로 다녀 오기로 했고,

대학 동창들과 저녁 모임도 잡혀 있고,

건강 검진도 하려 한다.

떠나기 전 그는 매우 분주하고,

나 역시 마음이 안 잡힌 채 싱숭생숭하다.

내 기분이 잘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

 

 

그는 오늘 짐을 조금 쌌다. 책들, 노트들을 큰 가방 안에 집어 넣었다.

나는 도와주기는커녕 보기가 싫어서 혼자 거실에 있다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늦은 밤, 만두를 구워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내 연구에서 통계 돌리는 것이 있는데, 그것까지 그에게 떠넘겼다.

괜한 심술이다.

 

 

 

그가 가고 난 삶이 어떨지 상상이 안 되는데, 시간은 으례 그렇듯 잘 흘러간다.

그의 말대로, 감상에 젖어 무엇하겠나.

그런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피하는 게 좋겠다.

서로에게, 또 우리 딸에게도 도움될 게 없으니.

 

나의 우울 유전자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되려고 자꾸 고개를 버쩍버쩍 드는데..

우울할 수는 있지만, 우울해하지 않아도 될 일에 우울해 하는 것.

늪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고쳐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도 그렇고, 또 난 이제 재이 엄마니까. 또 우석의 아내이기도 하니까.

우리의 관계망에서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하니까.

 

 

우리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도 나도 정체되어 있지 않을 기회의 시간이고,

우리 딸에게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분명 좋을 것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기도해야지.

나에겐... 기도라는 큰 무기가 있다.

기도하자. 잊지 말고.

 

 

그가 가고 나면,

정신 차리고,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니 빠릿빠릿하게 잘 살아봐야지.

"말만 앞서지 말고!"(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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